인공지능이 몸을 얻었다…‘휴머노이드’ 시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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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몸을 얻었다…‘휴머노이드’ 시대 성큼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4.03.2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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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부각
인간 작업환경서 표준화 유리

생성형AI 결합…사람과 대화
자체 추론∙판단 기반한 행동

빅테크, 플랫폼 사업 ‘눈독’
단가 절감∙대량 생산 잰걸음
차종환 기자 fany529@koit.co.kr*사진1: 피규어01 시연 모습.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사과를 집어주고 있다. [사진=피규어AI]사진2: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그루트’를 발표했다. [사진=엔비디아]
인간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진=클립아트 코리아]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에 AI를 탑재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선보인 AI는 챗GPT 등 생성형AI를 중심으로 한 애플리케이션형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로봇’과 결합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실체로서의 AI가 현실화된 것이다.

 

■왜 휴머노이드인가

휴머노이드(Humanoid)는 인간(human)과 ‘~의 형태를 한(-oid) 것’이라는 단어가 결합한 말로, 통상 ‘인간형 로봇’을 지칭한다.

수많은 SF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휴머노이드가 등장해왔기에 그 개념이 낯설지는 않지만, 실제 로봇은 제조현장의 로봇팔이나 바퀴로 움직이는 운송용 로봇 등 인간의 형태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 대다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 형태의 로봇을 구동하려면 수십개의 관절을 움직여야 하는 것은 물론 직립보행을 위해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등 여간 까다롭지 않은 기술들이 집약돼야 하기에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이는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급반전을 이룬다.

원전 전문가들은 당시 원전의 냉각수 밸브만 잠궜어도 2차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방사능으로 오염된 공간을 인간이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로봇이 그 역할을 했어야 했다.

목표지점까지 잔해를 헤치고 들어가 밸브를 잠그는 동작은 인간에게 그리 어려울 것이 없는 행동이지만, 당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로봇은 없었다. 즉, 인간의 작업환경에 최적화된 로봇의 형태는 결국 ‘인간형’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는 곧 로봇의 표준화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정 용도에 특화된 로봇보다 인간형 로봇이 사람의 신체에 맞게 설계된 건축물, 구조물 속에서 표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 및 단가 하락에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차종환 기자 fany529@koit.co.kr*사진1: 피규어01 시연 모습.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사과를 집어주고 있다. [사진=피규어AI]사진2: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그루트’를 발표했다. [사진=엔비디아]
피규어01 시연 모습.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사과를 집어주고 있다. [사진=피규어AI]

■사람처럼 대화 가능한 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는 일단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적다. 그런데 이에 더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해진다면 어떨까.

미국의 휴머노이드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최근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와 협업해 만든 휴머노이드 ‘피규어01’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피규어01’과 한 남자가 등장하며 대화를 나눈다.

남자가 “지금 식탁 위에 뭐가 보이나? 먹을 것 좀 줘”라고 하자 ‘피규어01’은 손으로 식탁 위 사과를 집어 남자에게 건넨다.

남자가 다시 “지금 한 행동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로봇은 “나는 지금 사과를 줬다. 테이블 위에 있는 것 중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피규어01’은 남자의 부탁에 식탁 위 그릇들을 정리해 건조기로 옮겨 놓는가 하면, 쓰레기를 버리는 등 다양한 일들을 수행한다. 심지어 “오늘 잘한 것 같냐”는 남자의 물음에 “꽤나 잘한 것 같다. 사과는 새 주인을 찾았고 쓰레기는 없어졌고 식기는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놓았으니까”라고 답한다.

이 영상은 사람과 로봇의 대화가 마치 사람과 사람의 대화인 것처럼 매우 자연스러워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남자가 직설적으로 ‘사과’를 달라고 한 것이 아닌 ‘먹을 것’을 달라고 했을 때 로봇이 사과를 집어 건넨 것이 포인트다. 로봇 스스로 추론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피규어AI 측은 이 영상이 오픈AI와 손을 잡은 지 단 2주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 휴머노이드에 뇌에 해당하는 챗GPT의 결합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이는 범용 휴머노이드의 등장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차종환 기자 fany529@koit.co.kr*사진1: 피규어01 시연 모습.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사과를 집어주고 있다. [사진=피규어AI]사진2: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그루트’를 발표했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그루트’를 발표했다. [사진=엔비디아]

■더 싸게 더 많이 만든다

휴머노이드가 얼만큼 사람과 비슷해질 지는 이제 시간 문제에 불과해 보인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휴머노이드를 얼마나 싼 값에 대량 생산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자신들의 비즈니스 생태계에 귀속시켜 시장을 장악하는 ‘플랫폼화’를 염두해 두는 모습이다.

AI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그루트(GR00T)’를 발표했다.

‘그루트’ 기반의 로봇은 자연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행동을 관찰해 움직임을 모방하도록 설계됐다. 텍스트, 음성, 비디오 또는 실시간 데모를 입력 받으면 동작을 생성하는 식이다.

‘그루트’는 휴머노이드의 성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개발과 배포를 매우 쉽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텍스트와 데모 입력만으로 누구든지 로봇을 쉽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용 컴퓨터인 ‘젯슨 토르(Jetson Thor)’도 공개했다. ‘젯슨 토르’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 및 기계와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모듈식 아키텍처를 갖춘 컴퓨팅 플랫폼이다.

업체 측은 휴머노이드의 기본 모델이 만들어지면 더욱 스마트하고 유연한 로봇의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머노이드의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테슬라도 빼놓을 수 없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차세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의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1세대 대비 무게는 10kg 가벼워졌고, 보행 속도는 약 30% 빨라졌다. 발 부분에 힘·토크 센서를 적용했고, 관절형 발가락과 인간 보행 기하학을 구현했다. 모든 손가락에 촉각 센서를 장착해 유연한 물체 조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를 3~5년 후 2만달러(약 2600만원) 정도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은 수억원에 달하는 상황으로 약 10분의 1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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