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계의 통 큰 투자 ‘화답용’ 그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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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계의 통 큰 투자 ‘화답용’ 그치지 않기를
  • 노해리 기자
  • 승인 2024.03.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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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LG그룹 100조원, 현대자동차 68조원.

연일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불황에도 불구,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통 큰 투자’에 나선 것이다. 삼성과 SK그룹 지난 2022년 대규모 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이후 국내 굴지의 기업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27일 주총에서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을 국내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액의 65%에 해당하는 수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일찍 확보하기 위해 속도감 있는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로 투자할 분야는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먹거리다. 특히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인다.

현대차그룹은 인재 영입에 초점을 맞췄다. 2026년까지 3년간 국내 8만명 채용, 68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19만8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 및 소프트웨어 가속화 등 미래 신사업의 틀을 다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8만명의 절반이 넘는 4만4000명을 신사업 분야에 투입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의 대규모 고용 창출과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계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보통 새 정권이 출범할 때 주로 이뤄진다. 새 정부와 함께 경제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기업의 책임도 함께 무거워진다. 특히 이번 정부는 그간 기업활동에 걸림돌이던 규제 철폐, 행정 제도 개선 등에 과감히 나서 기업과의 릴레이션십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내실이다. 발표 당시엔 100조원에 달하는 규모에 포커스가 맞춰져 화제가 되고 있지만, 장기 계획인 만큼 세부적이고 자세한 계획이 필요하다. 보따리만 잔뜩 풀어두는 시늉이라면 해를 거듭할수록 흐지부지 될 공산이 크다.

이번 투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는 크다. 일자리 대거 창출과 제조업 등 기반 확립에 이만한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보여주기식 허울, 혹은 정부 배려의 ‘화답’ 차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기업의 좀 더 확실한 플랜이 나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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