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풍년’에 삼성전자 노 젓는다···실적 개선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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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풍년’에 삼성전자 노 젓는다···실적 개선 ‘정조준’
  • 고선호 기자
  • 승인 2024.03.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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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기에 수요 폭증···영업益 개선 여지 확대
출하량 증가 전망···엔비디아와 거래도 구체화
“시장 호재 바탕 반도체 부문 전반 성장 가속”
[그래픽=고선호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지난해 예기치 못한 불황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 하락을 경험했던 삼성전자가 올해 인공지능(AI) 붐을 바탕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생산량을 확대하는 등 실적 개선 작업에 전략적으로 착수한다.

폭발적인 AI 반도체 수요에 따라 제품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인 HBM의 인기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에 나선 삼성전자의 시장 공략도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29일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92% 증가한 5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15% 상회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수요 증가로 인해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사업 전체에서도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D램과 낸드 부문에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와 MX·네트워크 부문도 성과 개선도 기대된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배 증가한 33조3000억원으로 추정, 반도체 부문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부문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의 감소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반도체 부문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작년 기준 매출액은 67조7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조원이 줄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14조1214억원에서 6조5700억원으로 53.5%가량 감소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의 선제적 시장 예측을 통한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강화하면서 판가를 유지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한 작업에 나섰다. 여기에 대량판매 SoC와 DDI 판매 확대, 글로벌 고객사 공급 확대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거래량 확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부문의 실적은 다시금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실적 개선 전망에 대해 “주가는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 메모리 시장 회복과 함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며 “아직 불확실성이 있지만, 상승 여력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 반등은 급격한 성장세를 맞은 HBM 시장과도 맞닿아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고성능 메모리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3 제품의 8단과 12단 양산 공급을 시작했으며, 고객사 확대를 통해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HBM3E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등 관련 반도체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HBM은 스마트폰 핵심 기능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기업들의 혁신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관련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패키징 거점인 천안·온양 패키징 공장을 비롯한 주요 후공정 생산라인에 신규 설비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HBM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2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콘퍼런스 ‘멤콘 2024’을 통해 올해 HBM의 출하 목표치를 전년 대비 최대 2.9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구체적인 출하 목표치를 살펴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2026년에는 13.8배, 2028년에는 23.1배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황상준 부사장은 “고객사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라며 “지난해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대형 설비투자를 집행해 내년부터 생산능력에서 리더십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글로벌 AI 칩 선도기업인 엔비디아와 이뤄지고 있는 HBM3E 12단의 거래 물꼬가 트여 이르면 올 9월부터 독점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36GB HBM3E(5세대 HBM)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12단 적층 HBM3E의 샘플을 이미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상반기 양산에 들어간다.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최근 자사의 글로벌 오픈 행사에서 “삼성의 차세대 HBM3E 제품을 현재 테스트하고 있고 기대가 크다”며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공표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제품을 납품받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에 정통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올해 HBM 출하량 확대 시기도 엔비디아와의 거래 소식과 어느 정도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건은 경쟁사 제품들과의 품질 경쟁이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엔비디아 외 아마존 등 주요 글로벌 기업과의 추가적인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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