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강국 대한민국?···실상은 자력 개발도 어려운 ‘기술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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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강국 대한민국?···실상은 자력 개발도 어려운 ‘기술빈국’
  • 고선호 기자
  • 승인 2024.03.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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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5개국 중 중하위권 수준 맴돌아
D램·시스템 반도체마저 대만이 추월
“기술자립도·현지화 열악, 개선 시급”
[그래픽=고선호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주요 기업들과 각국의 러브콜을 받으며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은 우리 반도체 시장이 실제로는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자력 개발조차 어려운 수준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부실한 정책 지원과 신제품 개발 및 생산능력 확충에만 편향된 사업이 계속 이뤄지면서 주요 반도체 강국들과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28일 특허청에 따르면 (사)경제추격연구소를 통해 실시한 ‘2023년 반도체 분야 산업현황 및 경쟁력 분석’ 조사 결과,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D램 기술 현지화 수준이 미국은 물론, 일본보다 하위 순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22년까지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밑에 있던 대만에게도 지난해 순위를 추월당했으며, 중국과 함께 주요 반도체 생산국 중 하위권을 기록 중이다.

각국의 D램 기술 현지화 수준을 나타낸 분석 통계를 살펴보면 2023년 기준 △미국 1.4 △일본 1.0 △대만 0.7 △우리나라 0.6 △중국 0.3 등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기술의 현지화 수준이 높다는 것은 지식의 생성 및 보급의 내재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상대적으로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지화 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분야에 비해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상대적으로 현지화 수준이 낮은 국가들보다 기술 확보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별 현지화 수준 통계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대만은 유사한 수준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경우 아직 자체 기술 확보가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가 개별소자에서 고부가서비스 가치를 창출하는 융복합 반도체로 발전함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특화단지 기반 조성을 위한 실질적 연구개발 및 조세 등의 지원책에 더불어 다품종·소량 생산 및 전문화된 분업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이로 인해 차세대 신제품 개발 등 최근 시장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부문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마저 심각한 수준의 현지화 지수를 기록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주요국과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HBM·D램 패키징 이미지. [사진=AMD]
HBM·D램 패키징 이미지. [사진=AMD]

HBM 부문의 현지화 수준은 미국이 가장 높은 1.4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본은 1.0으로 평균 수준을 보였다. 대만의 경우 2016년도까지 우리나라와 0.4 수준에 머물고 있었으나, 7년간 0.6p 상승해 지난해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0.4에서 0.6을 오가다 지난해 0.4 밑으로 추락하며 중국에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시스템 반도체 기술 현지화 부문에서도 2016년까지 하위 순위였던 대만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2위 일본과 0.2p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주요 5개국 중 3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는 7년의 기간 동안 0.4에서 0.2p가량 오른 데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반도체 분야에서 주요 5개국 중 중위권 수준의 기술자립도를 나타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기술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육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심각한 현지화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선 기술자립도를 제고하고 설계 및 제조에 필요한 신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 등 반도체 기술 선발국가와의 공급망 협력 촉진과 기술개발 및 확산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일찌감치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규정한 미국은 국가 주도로 제조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는 반도체 관련 주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을 통해 자국의 반도체 산업 생산 및 기술의 종합적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인력 양성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관련 역량 강화 및 패권 유지를 위해 약 2800억 달러(한화 약 365조원)의 연방 재정을 들이붓고 있다.

기초적인 자립도와 직결되는 R&D 및 인력 양성 지원에도 최근 약 132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입하는 등 기존 아시아에 집중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에도 나서고 있다.

TSMC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차세대 강국인 대만은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생산액을 5조 대만달러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소재·장비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있다.

주요 산업정책으로 ‘6대 핵심 전략산업 추진방안’을 마련해 정보·디지털및민생·전략비축물자 산업 부문에 반도체 산업 육성계획을 주도해 나가고 있으며 △제조기반 조성 △핵심기술 및 주요 장비·소재경쟁력 강화 △고급 인재의 양성 및 안정적 확보를 통한 강점의 유지·발전 등 신기술의 우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중점에 둔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종호 경제추격연구소 연구위원은 “분석된 대부분의 특허 지표에 있어 선도 국가인 미국과 기초기술 보유국인 일본의 강세가 여전하다”며 “우리나라와 대만은 경쟁을 이어가며 성장하고는 있지만, 자립도와 현지화 측면에선 과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반도체 분야에서 주요 5개국 중 중위권 수준의 기술 자립도를 나타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술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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