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으면 담궈버려" 데이터센터 서버 액침냉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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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으면 담궈버려" 데이터센터 서버 액침냉각 주목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4.03.20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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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에 서버 발열 ‘골치’
액침냉각유에 넣어 안정성↑

소비전력 절감∙먼지 차단도
IDC업계 상용화 채비 분주
데이터센터 서버를 액침냉각 시스템에 침수시키는 모습. [사진=삼성물산]
데이터센터 서버를 액침냉각 시스템에 침수시키는 모습. [사진=삼성물산]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인공지능(AI)이 촉발한 ICT인프라의 고도화 움직임이 데이터센터의 운영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버의 발열을 식히기 위해 비전도성 액체에 서버를 담그는 이른바, ‘액침냉각’ 방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I의 확산은 전에 없던 규모의 컴퓨팅 자원 소비를 촉발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세계 각국의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될 전력은 최대 1050테라와트시(TWh)로 2022년 460TWh 보다 2.28배 늘어날 전망이다.

주된 요인은 AI의 학습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오픈AI의 GPT-3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1300MWh의 전력이 사용되는데, 이는 미국 130가구가 연간 소비하는 전력량이라는 설명이다. 심지어 멀티모달 AI는 이보다 수십배에 달하는 전력을 더 소비한다.

AI의 연산은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이뤄진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산 수요는 서버의 발열 문제를 촉발시켰고 이를 냉각시키기 위한 대책이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기존의 냉각시스템은 바람을 이용해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고 차가운 공기를 공급해주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는 냉각시스템을 돌리기 위한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이 또 필요해,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비효율을 야기시켰다. 데이터센터 소비전력의 약 40%가 냉각시스템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련 업계는 서버를 아예 차가운 매질 속에 담궈놓고 구동하는 액침냉각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액침냉각 전문회사인 미국 GRC의 설비와 다양한 제조사의 테스트용 서버, SK엔무브의 특수 냉각유로 액침냉각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기존 공기냉각 대비 냉방전력의 93%, 서버전력의 10% 이상이 절감돼 총 전력 37%가 절감되는 효과를 거뒀다.

업체 측은 공기보다 열전도가 훨씬 높은 특수 냉각유를 사용해 직접 서버 장비의 열을 흡수하고, 공기냉각에 필요했던 서버의 송풍기를 제거함으로써 냉각뿐 아니라 서버의 전력 절감도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서버의 주요 고장 원인인 습도, 먼지, 소음에도 자유로워 서버 수명 연장도 기대되며, 서버 내부의 발열체인 CPU, GPU 뿐만 아니라 메모리, 저장장치 등 시스템 전체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고온으로 인한 장비의 고장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도 최근 냉각기술 전문기업인 데이터빈과 협업해 차세대 액침냉각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국산화 기술로 글로벌 표준 OCP(Open Compute Project)에 부합하는 결과를 확보,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공기냉각 대비 전력소비량을 80% 가까이 절감했고, 특히 전력효율지수 1.02를 기록해 최고수준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전력효율지수는 IT시설 가동에 필요한 전력량 대비 총 필요 전력량을 나타낸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높다.

삼성물산은 이번 기술 확보를 통해 설계에서 시공, 장비공급, 핵심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센터 일괄 구축이 가능해져 품질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액침냉각 시장의 개화는 정유업계에도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 되고 있다. 서버를 담글 비전도성 액침냉각유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했다. 미국보건재단(NSF) 식품등급 인증과 생분해성을 보유한 합성 원료를 사용해 인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업체 측은 전기차나 배터리 등에도 액침냉각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며 분야별로 특화된 액침냉각 제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4400만달러(약 3300억원)에서 2030년 17억1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24.2%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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