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요동치는 탄산시장, 그 원인과 대책
간헐적 염매행위로 탄산업계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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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요동치는 탄산시장, 그 원인과 대책
간헐적 염매행위로 탄산업계 붕괴 위기
  • 한상열 기자
  • 승인 2024.03.20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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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식음료·반도체산업, 조업중단 등 겪을수도
공급부족·과잉공급 반복···정부의 촘촘한 관리 필요

연재순서 

 ① 탄산시장의 이상기류 어디에서 왔나 

 ② CCU사업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

③ 공급부족 땐 반도체 직격탄…대안은

탄산이 없어 용접 등의 조업을 멈춘 공장의 모습.
탄산이 없어 용접 등의 조업을 멈춘 공장의 모습.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탄산보다 다양한 곳에 쓰이는 가스 제품이 또 있을까. 요즘은 온실가스의 주범이라며 탄산을 계륵(鷄肋)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산업현장에서 탄산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 하겠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차원에서는 탄산의 배출이나 사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산업현장에서 필수적인 탄산을 널리 사용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 더욱 치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은 최악의 탄산 공급부족으로 인해 용접, 열처리 등 산업현장에서 조업을 중단하는 등 여름철마다 난리가 벌어지기도 했다. 탄산의 수급 대란으로 인해 고압가스공급업체들은 탄산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조업을 중단했던 가스사용업체들은 망연자실하는 분위기였다.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탄산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탄산제조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유 및 석유화학사와 같은 액체탄산 원료공급처를 찾아 나섰고, 울산과 서산 등지에서 신증설이 이뤄져 지난해부터 추가적인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몇몇 발전회사들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정부의 CCU(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사업에 참여, 탄소 포집 플랜트를 앞다퉈 구축했고 지난해 말 2개 플랜트가 동시에 가동에 나섬에 따라 겨울철 탄산 공급과잉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CCU사업을 통해 생산한 탄산의 경우 재고 소진을 위해 이벤트성 할인판매를 하는 경우가 있어 기존의 탄산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올여름 탄산 성수기의 수급 상황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급 대란은 없을 것이라는 게 탄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울산의 한 정유사는 이미 이달 12일부터 정기보수에 들어가 4월 16일까지 1개월 이상 정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원료탄산공급처인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의 플랜트 정기보수 일정이 봄가을에 걸쳐 일부 잡혀 있기는 하나 여름에는 뚜렷한 정비 일정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처럼 수급 대란이 이뤄지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탄산의 사용량이 적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았던 소규모 가스사용업체들부터 공급이 끊겼다. 액체탄산을 공급받지 못해 드라이아이스를 제조하지 못하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산업현장서 널리 쓰이는 필수소재

액화탄산 저장탱크. 지난해 탄산 공급부족해 레벨게이지가 제로(0)까지 떨어져 있다
액화탄산 저장탱크. 지난해 탄산 공급부족해 레벨게이지가 제로(0)까지 떨어져 있다

2022년에는 선박의 용접에 쓰이는 탄산도 크게 모자라 대규모 조선사들이 중국 등으로부터 탄산을 수입하기도 했다. 과거 조선사들은 탄산 구매하기 위해 1년이나 6개월 단위로 입찰공고를 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탄산 수급을 오랜 기간 보장받기 위해 탄산제조업체와 5년 정도의 중장기 계약을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반도체용 세정가스로 쓰이는 고순도 탄산의 경우 아직 공급에 차질을 빚은 사례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탄산의 수급에 무관심할 경우 반도체용 고순도 탄산도 부족할 수 있음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CCU 실증사업으로 진행된 CO₂의 경우 원가 부담이 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염가로 판매한 것에 대해 기존의 탄산제조업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간헐적인 염매행위가 탄산시장에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기존 탄산제조업체들의 투자 및 사업 의지를 약화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탄산제조업체들이 정유사 등에서 부산물로 받는 원료탄산은 CO₂ 55%가량으로, 이를 PSA공법을 써 99%의 CO₂를 제조한다. 하지만 CCU실증사업으로 추진하는 경우 발전소로부터 CO₂ 15%의 스택가스를 받아 에너지비용이 많이 들어있는 스팀을 이용, 99%의 CO₂를 제조한다. CCU사업을 통해 생산한 탄산의 제조원가가 더 높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CCU사업으로 탄산을 출하한 업체들은 기존의 탄산제조업체가 최근 증설한 플랜트를 통해 출하한 CO₂의 원가보다 30%가량이나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흩트려 탄산제조업체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부산물로 나오는 스팀을 활용, 탄산을 생산하므로 원가 부담이 적다고 하나, 스팀의 경우 톤당 4만~5만원 내외로 거래되는 등 에너지비용이 상당한 제품이기 때문에 탄산업계에서는 더 유용한 곳에 판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비친다.

탄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CCU사업을 통해 구축한 탄산플랜트의 경우 설비의 결함 등으로 인해 가동을 중단하는 등 매우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가에서 지원받아 구축한 CO₂ 포집 플랜트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한다면 이는 하루속히 정책 수정을 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CCU 플랜트 고장 잦아 ‘먹튀’ 등 우려

정부의 지원으로 구축한 탄소 포집 및 제조플랜트가 가동 중단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으며, 기존의 탄산업계만 공급과잉의 유탄을 맞아 큰 손실을 보게 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이처럼 CCU실증사업을 위해 구축된 CO₂플랜트가 일시적으로 가동하게 되는 경우 국가적 낭비를 초래함은 물론 탄산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울산의 한 탄산제조업체의 경우 정유사의 플랜트 정비로 인해 탄산 공급을 1개월 이상 하지 못한다. 반도체 세정용 가스로도 탄산을 공급하는 이 회사가 또 다른 이유로 반도체용 고순도 탄산의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 국가적 손실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탄산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CCU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탄산을 제조한 발전사의 탄소 포집 및 제조 플랜트의 경우 1년 가까이 정비 중”이라고 설명하고 “정부의 CCU실증사업이 무책임한 ‘먹튀’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발전소, 철강, 시멘트, 제지 등 탄소 배출량이 많고 에너지다소비업종의 경우 CCU사업을 통해 생산한 탄산을 산업용 고압가스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유입시켜 물의를 일으킬 게 아니라 CCUS사업까지 연계해 바다 등의 지하공간에 매몰·저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게 탄산업계의 주장이다.

탄산시장은 오랜 기간 공급부족과 공급과잉을 반복하는 등 불안한 양상이 이어졌다. CCU실증사업과 같이 탄산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경우 향후 플랜트 신증설이 뚝 끊기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따를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탄산의 수급과 관련한 분야는 정부가 깊은 관심을 보이며 더욱 촘촘히 관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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