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유물이라 불리는 것들의 기억을 복원하는 사람이 있다. 출토된 유물들이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뒤 처음으로 옮겨지는 곳, 바로 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조각나고 녹슬로 갈라진 유물들을 복원하는 보존과학자가 그들이다. 저자는 역사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자신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소중한 가치들을 하나씩 발견한다. 그렇게 발견한 인생의 지혜들을 이 책에 담담하고 단단하게 써냈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살피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서사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그저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유일한 진리 앞에 마지막까지 존재하여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유물의 생이자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에,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 다정한 시선이 스민다.
■ 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
신은주 지음 | 앤의서재 펴냄 | 240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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